“RCEP, 좌초된 TPP 대안될까”
[한국무역신문]
참여국 인구, 전세계 절반으로 잠재력 커…기체결 FTA 많아 효과 미비 우려도
미국의 이탈로 동력 잃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공백을 메울 메가 FTA로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 부상하고 있다.
26일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 2015년 TPP 타결 이후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던 RCEP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RCEP가 TPP를 대신할 수 있는 아시아-태평앙지역의 새로운 메가 FTA로 부상한 것이다.
RCEP는 미국-중국, 중국-일본 간 동아시아 경제통합 주도권 확보 경쟁과 연계돼 추진되는 협정이다. 본래는 ASEAN이 기 체결한 FTA(중국, 일본, 인도, 한국, 호주, 뉴질랜드 6개 국가가 이미 ASEAN과 체결한 ACFTA, AKFTA, AJCEP, AIFTA, AANZFTA 등 5개 FTA, 이하 ASEAN+1 FTA)를 하나의 협정으로 포괄·통합함으로써 이해당사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취지하에 ASEAN이 제안했다. 이후 중국이 미국 주도의 TPP에 대응하기 위해 RCEP 출범에 힘을 보태면서 중국 주도의 협정으로 부각됐다.
RCEP는 참여국 총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잠재력이 TPP를 능가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TPP가 모든 경제행위에 자유화를 포함하는 것에 비해 RCEP는 관세인하 및 서비스 자유화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시장개방 태도도 TPP가 국가 및 상품을 불문 고수준의 자유화를 지향하고 있는 데 반해 RCEP는 단계적 점진적 개방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RCEP는 개발도상국을 위한 일부 예외 조항을 인정하고 있어 참여국 중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 비중이 높아 이들에게 더 우호적인 통상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까지 총 19차례의 협상과 4차례의 장관회의, 3차례의 회기 간 장관회의가 치러졌으며, 오는 10월 17~28일 한국 인천에서 20차 협상이 개최될 예정이다.
TPP 좌초에 따른 반사효과로 RCEP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지난 5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장관회의에서는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하는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하지만 각국 간 좁히기 어려운 이견으로 별다른 협상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관측돼 타결 시점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는 이유는 RCEP 참여국들은 ASEAN+1 FTA 및 ASEAN 개별 회원국이 나머지 참여국과 단독 체결한 FTA로 복잡다단한 FTA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별·FTA별 상이한 관세철폐 수준과 품목, 원산지 규정을 하나로 통합해 공통 양허안을 구축하는 것이 RCEP의 성공적 출범을 결정하는 최대 쟁점이다.
또한 서비스 시장 개방 요구 수준과 관련한 참여국 간 이견 조율, 기 체결 협정을 통해 구현된 투자 자유화 관련 규정의 통합과 개선 등도 논쟁거리다.
이 외에도 ASEAN+1 FTA상에서 지식재산권, 전자상거래, 경쟁(국영기업 관련), 정부조달 등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참여국 중 이들 분야 발전 수준이 낙후한 후발개도국이 포함돼 있어 TPP 수준의 협정문 협의는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RCEP가 타결되더라도 경제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신선영 코트라 베트남 하노이무역과 조사원은 "RCEP는 관세철폐를 통한 역내 무역자유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존 메가FTA와 지향점이 동일하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참여국들이 이미 다수의 개별 협정을 통해 중층적 통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 신규 시장 개척 등 무역 창출(Trade creation)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그 효과는 이미 체결한 FTA의 통합과 개선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김성욱 기자 wscorpi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