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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개정은 새로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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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통합관리자 | 작성일 | 2018-09-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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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7518 | ||
“한미FTA 개정은 새로운 출발점이다” [매일경제] 지난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결과 문서가 공개됐다. 양국은 집중적인 협상을 거쳐 올해 초 원칙적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협상 추진 과정은 2010년 추가 협상과 유사했다. 미국은 경트럭에 대한 관세 철폐 기간 20년 연장과 제작사별로 연간 5만대까지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 적용을 인정받고 글로벌 혁신신약의 약가 우대 제도 개선과 원산지 검증 강화 등 협정의 이행 강화를 확보함으로써 소기의 목표를 성취했다. 한국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남소 방지, 정부의 정당한 정책 공간을 확보했다는 점, 무역구제 절차의 투명성 강화와 섬유 원산지 기준 개정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협상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쁜 협정이라 폄하하고 폐기를 공언하면서 거칠게 압박했다. 작년 10월 초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협정 종료 통보 서한을 대통령 서명 직전 치웠다는 일화도 회자됐다. 미국이 올 11월 중간선거에 대비해 대선 공약인 한미 FTA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서둘렀고 철강·환율과 관련한 합의와 연계한 일괄타결을 요구함으로써 개정협상은 한국에 불리한 여건에서 추진됐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공조가 절실히 요구되던 안보 환경도 한몫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협정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개정협상의 대상 범위를 축소하고 미·중 통상 갈등과 무역확장법에 따른 자동차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하기 전에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했다. 엄연한 힘의 불균형 속에서도 선방했다고 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상대가 있는 게임의 성적 평가에는 냉정해야 한다. 미국은 의회에 협상 추진 계획을 제출하는 `무역촉진권한(TPA)` 절차를 따르지 않고 대통령 직권으로 협상함으로써 자동차 분야에서 우리의 양보가 예견됐다. ISD 절차와 투명성을 개선한 것은 성과지만 개정된 조항들은 대체로 미국의 2012년 모델투자협정과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의 투자 조항에서 차용한 것으로 미국의 이해와 부합됐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글로벌 혁신신약 우대 제도 개선안을 올해 말까지 시행하겠다고 서면 약속한 것이 불편하다. 미국 요구를 반영해 개정이 이뤄질 경우 다국적 제약사의 약가 인상과 그에 수반되는 건강보험 재정 압박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협상 타결을 압박하며 철강 수입규제 카드를 꺼내자 `자발적 수출 제한` 형식의 쿼터에 합의해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협상 결과에 대해 자만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난제가 산적해 있다. 미국은 자동차 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가 종료되면 징벌적 관세 부과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고 이미 NAFTA 협상에서 연간 수입쿼터를 240만대로 제한하는 대가로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해 추가 관세 부과를 면제하기로 알려졌다. 한국은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미국의 요구사항인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한 마당에 자동차에 대해 추가로 관세나 쿼터 제한을 받게 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지난 8월 말 워싱턴에서 열린 자동차 공청회에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근로자인 존 홀의 증언을 통해 한국 입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는 후문은 고무적이지만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 면제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총체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FTA는 본질적으로 교역 상대국의 경쟁적 자유화를 유발한다. 이미 유럽연합(EU)은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에 상응하는 대우를 포함한 한·EU FTA의 업그레이드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NAFTA 개정협상이나 조만간 개시 예정인 미·일 FTA 협상 결과물이 한미 FTA를 능가하는 자유화를 규정할 경우 한미 FTA에 대한 추가 개정 유인이 발생하게 된다. EU·일본 경제동반자협정(EPA)과 미국이 탈퇴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조만간 발효되면 자유화 수준에 균형을 맞추기 위한 도미노게임이 확산될 것이다. 국제 동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고도의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는 이유다. 한미 FTA 개정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셈이다. - 최석영 객원논설위원·법무법인광장 고문 - |